10월 13일 · 수의사 박근필
긴 글
안락사를 결정한 게 맞았을까요 — 펫로스 증후군(펫로스 신드롬)과 결정 뒤에 남는 마음
그 아이를 보내기로 결정한 날이 자꾸 떠오릅니다.
조금 더 기다렸어야 했는지, 내가 너무 일찍 포기한 건 아닌지.
그 결정이 맞았는지, 지금도 묻게 됩니다.
그 결정은 나 혼자 내린 것일까요?
아닙니다.
안락사의 기준은 병원마다, 수의사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도 대개는 보호자가 요청한다고 그냥 이루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담당 수의사가 의학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진행하지 않습니다.
치료를 더 해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고 통증이 계속된다는 판단, 그 자리에 보호자와 수의사가 함께 이르렀을 때 문이 열립니다.
그러니 그 문을 혼자 여신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무거울까요?
안락사는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저도 그렇습니다.
그 결정이 지금도 무거운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2025년 포르투갈 연구진이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보호자 123명에게 슬픔의 정도와 떠나보낸 때의 상황을 물었습니다.
슬픔이 클수록 함께 나타난 것은, 수의사가 안락사 결정에서 자신을 빼놓았다는 느낌, 너무 일찍 결정했다는 후회, 그 결정에 대한 죄책감이었습니다.
반대로 수의 팀이 내 마음을 살펴 줬다고 느낀 보호자는 죄책감이 낮았고, 떠나보낸 뒤 시간이 지날수록 슬픔은 낮았습니다.
보호자 123명을 한 번 조사한 연구라 무엇이 원인인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결정에서 밀려났다는 느낌이 큰 슬픔과 이어져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하나만 여쭙고 싶습니다.
그날 당신이 바란 것은 무엇이었나요?
그 아이가 덜 아프기를 바라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 결정은 그 아이를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날 궁금했지만 묻지 못한 것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담당 수의사에게 물어보셔도 됩니다.
그날 그 결정을 한 이유를 종이에 적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적어 놓고 보면, 내가 무엇을 위해 그 결정을 했는지가 보입니다.
혼자 견디기 어려운 날에는 사랑의전화복지재단 상담센터 1566-2525(펫로스 상담),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정신건강위기상담 1577-0199에 전화하셔도 됩니다.
글쓰기는 전문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참고 자료: Journal of Veterinary Behavior 2025 https://doi.org/10.1016/j.jveb.2025.04.007
혼자 견디기 어려우시면 펫로스 치유 글쓰기(펫러스) 안내를 읽어 보시거나, 이름 없이 편지를 남기는 펫러스 쉼터에 들러 주세요.
이 글은 상담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많이 힘드실 때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정신건강위기상담 1577-0199(24시간)로 먼저 연락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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