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 · 수의사 박근필
긴 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137명, 절반 넘게 힘든 슬픔을 겪었습니다 — 우리나라 연구로 본 펫로스 증후군(펫로스 신드롬)
「강아지 하나 보낸 걸로 이렇게까지 힘든 게 맞나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분들이 스스로에게 자주 하는 질문입니다.
슬픔이 생각보다 크고 오래가면, 내가 유난스러운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오늘은 우리나라 보호자를 직접 조사한 연구 한 편을 소개합니다.
숫자가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혼자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은 알려 줄 수 있습니다.
어떤 연구인가요
2023년 대한의학회 학술지(J Korean Med Sci)에 실린 연구입니다.
경북대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이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성인 137명에게 설문을 했습니다.
참여자는 20세 이상이고 정신과 병력이 없는 분들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슬픔의 정도와 함께 우울, 불안, 잠을 살펴봤습니다.
숫자로 보면
연구에 참여한 137명 가운데 기준을 넘은 비율은 이랬습니다.
복합 비탄 55%
우울 52%
불안 40%
불면 32%
복합 비탄은 슬픔이 유난히 강하거나 오래 이어져 일상을 꾸리기 어려운 상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겪는 깊은 슬픔과 우울을 흔히 펫로스 증후군(펫로스 신드롬)이라고 부릅니다.
1년이 지나면 달라질까요
연구팀은 상실한 지 1년이 안 된 사람(77명)과 1년이 넘은 사람(60명)을 나눠 봤습니다.
1년 안에는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가 있든 없든 두 집단 모두 슬픔 점수가 매우 높았습니다.
상처가 있었는지에 따른 차이는 없었습니다.
1년이 넘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차이가 보였습니다.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를 겪었던 사람은 1년이 지난 뒤에도 슬픔 점수가 더 높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정서적 학대 경험이 슬픔 점수와 가장 뚜렷하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첫 1년은 많은 사람이 크게 힘들어하는 시기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도 여전히 힘들다면, 그 사람이 약해서가 아니라 슬픔이 머무는 이유가 따로 있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숫자를 읽을 때 주의할 점
연구팀이 스스로 밝힌 한계도 함께 적어 둡니다.
참여자의 87.6%가 여성이었습니다.
익명 인터넷 설문이어서, 반려동물을 잃고 특히 힘들었던 분들이 더 많이 응답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숫자를 「우리나라 보호자 절반 이상」이라고 넓혀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깊이 힘들어하는 사람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은 분명히 보여 줍니다.
연구팀이 내린 결론
연구팀은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 가운데 상당수에게 심리적인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어린 시절 상처가 있는 사람은 더 그렇다고 덧붙였습니다.
언제 도움을 청하면 좋을까요
이런 신호가 몇 주 넘게 이어진다면 혼자 견디지 마세요.
잠을 거의 못 잔다.
밥을 먹기 어렵다.
일이나 집안일을 할 수 없다.
아무것도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많이 힘드실 때는 상담 전화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사랑의전화복지재단 상담센터 1566-2525(펫로스 상담),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정신건강위기상담 1577-0199(24시간)에 전화하실 수 있습니다.
슬픔을 꺼내 놓을 자리
도움을 청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는 것, 전문가를 찾는 것, 그리고 글로 꺼내 놓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떠난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펫러스(PETLUS) 쉼터에 이름 없이 편지를 남기실 수 있습니다.
다른 보호자들의 편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오늘 밤 혼자 한 편을 써 보고 싶으시면, 물음을 따라 쓰는 「오늘 밤, 한 편」도 있습니다.
혼자 견디기 어려우시면 펫로스 치유 글쓰기(펫러스) 안내를 읽어 보시거나, 이름 없이 편지를 남기는 펫러스 쉼터에 들러 주세요.
이 글은 상담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많이 힘드실 때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정신건강위기상담 1577-0199(24시간)로 먼저 연락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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