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 · 수의사 박근필
긴 글
왜 이름 없이 쓰는 쉼터를 열었을까요? — 펫러스(PETLUS) 쉼터가 지키는 약속
동물병원에서 스무 해 가까이 일하면서 아이를 떠나보낸 보호자분들을 많이 뵈었습니다.
진료실을 나가신 뒤 그 슬픔을 어디에서 풀어 놓으실지가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가족에게는 미안한 마음에, 또 주변에서 이해해 주지 않을까 걱정되어 말을 아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름을 밝히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름은 펫러스(PETLUS) 쉼터입니다.
오늘은 이 공간이 어떤 곳이고, 어떤 약속을 지키려고 하는지 말씀드립니다.
펫러스(PETLUS)라는 이름은 무엇인가요?
펫러스는 「펫로스 + 러브 + 쓰다」를 합친 말입니다.
영문 PETLUS는 「PET Love US」로도 읽습니다.
펫로스 증후군(펫로스 신드롬)은 이 슬픔을 가리키는 말이고, 펫러스는 그 슬픔을 글로 쓰는 일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어떤 공간인가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분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읽고 마음을 나누는 온라인 게시판입니다.
가입이 없고, 이름도 연락처도 이메일도 받지 않습니다.
닉네임은 선택이고, 비워 두면 「익명의 보호자」로 올라갑니다.
쓸 수 있는 글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내 아이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다른 하나는 「요즘 이런데 다들 그러셨나요?」처럼 같은 일을 겪은 분들께 묻는 글입니다.
글마다 누구나 댓글과 답글을 달 수 있습니다.
무료이고 광고가 없습니다.
글을 올릴 때 삭제 비밀번호를 정해 두면 나중에 직접 지울 수 있습니다.
비밀번호를 잊으셨다면 tothemoon_park@naver.com으로 알려 주시면 됩니다.
어떤 약속을 지키려고 하나요?
첫째, 다른 분의 슬픔을 재거나 비교하지 않습니다.
둘째, 동물병원·수의사 이름이나 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는 적지 않습니다.
글마다 「신고」와 「긴급 비공개 요청」이 있고,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정보가 드러난 글은 확인하는 대로 먼저 숨긴 뒤 살펴봅니다.
셋째, 글을 강연이나 책에 소개할 때는 소개를 허락해 주신 글만, 누구의 글인지 알아볼 수 없게 다듬어서 소개합니다.
쉼터는 글, 닉네임, 작성 시각과, 도배를 막기 위해 알아볼 수 없게 바꾼 접속 기록만 저장합니다.
쉼터가 대신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쉼터는 상담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글을 쓰다가 마음이 더 무거워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쓰기를 멈추시고, 아래 전화를 이용하셔도 됩니다.
아직 쓸 말이 정리되지 않으셨다면 읽기만 하셔도 됩니다.
마음이 조금 가라앉은 뒤에 다른 분의 편지에 댓글 한 줄을 남겨 주셔도 좋습니다.
아이를 부르는 한마디로 첫 줄을 시작해 보시면 됩니다.
글쓰기와 쉼터는 상담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겪는 깊은 슬픔과 우울, 흔히 펫로스 증후군(펫로스 신드롬)이라고 부르는 마음이 오래 이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함께 받으시길 권합니다.
마음이 많이 힘드실 때는 사랑의전화복지재단 상담센터 1566-2525(펫로스 상담),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정신건강위기상담 1577-0199(24시간)에 전화하실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가장 많이 묻는 질문에 답한 책 — 『할퀴고 물려도 나는 수의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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