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 수의사 박근필
긴 글
남은 아이도 슬퍼할까요? — 함께 살던 개와 고양이에게 보이는 변화, 그리고 펫로스 증후군(펫로스 신드롬)을 겪는 보호자
「떠난 아이가 눕던 자리에 남은 아이가 자꾸 가서 누워 있어요.」
「밥을 잘 안 먹고, 저한테만 붙어 있으려고 해요.」
아이 하나를 떠나보낸 집이라면 낯설지 않은 이야기일 겁니다.
남은 아이도 슬퍼하는 걸까요.
동물의 마음속을 직접 들여다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보호자들이 본 변화를 모은 연구는 있습니다.
오늘은 그 연구 두 편을 소개합니다.
개와 고양이,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호주와 뉴질랜드 보호자 279명이 답한 연구가 있습니다(Walker 외, 2016).
다른 동물을 떠나보낸 뒤 남은 동물 414마리 가운데, 변화가 하나 이상 보고된 개 159마리와 고양이 152마리를 살폈습니다.
가장 흔한 변화는 보호자를 대하는 애정 행동이었습니다.
개는 74%, 고양이는 78%에서 애정 행동이 달라졌다고 보고됐고, 대부분은 관심을 더 바라거나 더 붙는 쪽이었습니다.
떠난 아이가 좋아하던 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자리와 공간에 관한 행동이 달라졌다는 보고도 개 60%, 고양이 63%였습니다.
개에게서는 이런 변화도 보고됐습니다.
먹는 양이 줄었다 35%.
먹는 속도가 느려졌다 31%.
자는 시간이 늘었다 34%.
고양이에게서는 소리가 달라졌습니다.
우는 횟수가 늘었다 43%.
우는 소리가 커졌다 32%.
이런 변화는 절반 넘게 6개월 안에 잦아들었습니다.
무엇이 변화를 크게 만들었을까요
이탈리아에서 개 두 마리 이상을 키우다 한 마리를 떠나보낸 보호자 426명을 조사한 연구도 있습니다(Uccheddu 외, 2022).
남은 개가 놀이, 잠, 식사, 두려움에서 변화를 보였다고 보호자들이 답했습니다.
변화를 크게 좌우한 것은 함께 산 기간이 아니었습니다.
두 개가 얼마나 친했는지, 밥을 함께 나눠 먹었는지가 영향을 줬습니다.
그리고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보호자의 슬픔과 분노였습니다.
연구진은 남은 개의 변화 가운데 일부가 보호자의 감정 상태와 이어져 있을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이 연구를 읽을 때 알아 둘 것
두 연구 모두 보호자가 「본 것」을 답한 설문입니다.
그래서 「동물이 슬픔을 느낀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변화가 보고됐다」까지가 연구가 말해 주는 것입니다.
두 연구 모두 외국 연구이고, 우리나라 보호자를 조사한 연구는 이번에 찾지 못했습니다.
보호자를 돌보는 것이 남은 아이를 돌보는 일
두 번째 연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보호자의 슬픔이 남은 아이의 변화와 함께 움직였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남은 아이를 위해서라도 보호자 자신의 슬픔을 돌보셨으면 합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보호자가 겪는 깊은 슬픔과 우울을 흔히 펫로스 증후군(펫로스 신드롬)이라고 부릅니다.
울어도 괜찮고, 말해도 괜찮고, 글로 써도 괜찮습니다.
남은 아이와 평소처럼 산책하고, 밥 먹고, 놀아 주는 시간이 둘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병원에 데려가세요
밥을 안 먹거나 축 처지는 모습이 슬픔 때문인지 병 때문인지는 겉으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나이 든 아이라면 떠난 아이와 같은 병이 시작됐을 수도 있습니다.
개가 이틀 넘게 밥을 거의 먹지 않을 때.
고양이가 하루 넘게 거의 먹지 않을 때.
토하거나 설사가 이어질 때.
숨쉬기가 달라지거나 숨어서 나오지 않을 때.
몸무게가 눈에 띄게 줄 때.
고양이는 며칠만 굶어도 간에 지방이 쌓이는 병(간 지질증)이 생길 수 있어 더 서둘러야 합니다.
「슬퍼서 그렇겠지」 하고 기다리기보다, 한 번 진료를 받아 보시는 것이 남은 아이에게도 보호자에게도 마음이 놓이는 길입니다.
마음이 많이 힘드실 때는 상담 전화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사랑의전화복지재단 상담센터 1566-2525(펫로스 상담),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정신건강위기상담 1577-0199(24시간)에 전화하실 수 있습니다.
떠난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은 펫러스(PETLUS) 쉼터에 이름 없이 편지로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남은 아이와 함께 지내는 이야기를 적어 두셔도 좋습니다.
혼자 견디기 어려우시면 펫로스 치유 글쓰기(펫러스) 안내를 읽어 보시거나, 이름 없이 편지를 남기는 펫러스 쉼터에 들러 주세요.
이 글은 상담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많이 힘드실 때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정신건강위기상담 1577-0199(24시간)로 먼저 연락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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