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일 · 수의사 박근필
긴 글
기일이 다가오면 다시 아파지는 이유 — 「기념일 반응」과 펫로스 증후군(펫로스 신드롬)
「한동안 괜찮았는데, 아이가 떠난 날이 다가오니 다시 잠이 안 와요.」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왜 다시 이럴까요.」
아이의 기일, 생일, 처음 데려온 날, 함께 보내던 명절.
이런 날이 다가오면 가라앉았던 슬픔이 다시 올라오곤 합니다.
오늘은 이 마음이 무엇인지, 그날을 어떻게 맞으면 좋을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기념일 반응」이라는 말
미국 메이오 클리닉은 기일처럼 떠난 존재를 떠올리게 하는 날에 슬픔이 다시 오는 것을 두고 「기념일 반응(anniversary reac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입니다.
기념일 반응은 정상이며, 애도가 뒤로 돌아갔다는 뜻이 꼭 아니라고.
그만큼 떠난 존재의 삶이 나에게 소중했다는 표시라고.
같은 기관의 다른 안내도 명절이나 생일 같은 날이 몇 년이 지난 뒤에도 슬픔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다시 아프다고 뒤로 간 것이 아닙니다
슬픔이 다시 올라오면 「나는 아직도 제자리구나」 싶어 더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위 설명처럼, 그날 다시 아픈 것은 실패가 아닙니다.
그 아이가 그만큼 내 삶에 깊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반려동물을 잃은 보호자를 위해 미국 플로리다대 수의대 동물병원이 만든 안내에도 비슷한 말이 있습니다.
특별한 날을 앞두고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마음이 대개 실제 그날보다 더 힘들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날을 조금 덜 아프게 보낸다고 해서 아이를 배신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날을 맞는 다섯 가지 방법
메이오 클리닉과 플로리다대의 안내를 모아 정리했습니다.
미리 알고 준비하기.
그날이 다가오면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아 두기만 해도 덜 놀랍니다.
그날 할 일을 정해 두기.
혼자 덩그러니 있지 않도록, 가족이나 친구와 만날 약속을 하나 잡아 두세요.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기.
아이와의 좋은 기억을 짧게 적어 두거나, 가족과 아이 이름을 부르며 이야기해 보세요.
새로운 의식 만들기.
촛불을 켜거나, 아이에게 편지를 쓰거나, 아이 이름으로 작은 일을 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음을 말하고, 느끼게 두기.
가까운 사람에게 「그날이라 조금 힘들어」라고 말해 보세요.
슬프다가도 웃음이 나는 순간이 함께 와도 괜찮습니다.
이럴 때는 도움을 받으세요
기일 무렵 잠깐 힘든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그날이 지나고도 슬픔이 점점 깊어지거나, 잠과 식사와 일상이 무너진 채 이어진다면 혼자 견디지 마세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겪는 깊은 슬픔과 우울을 흔히 펫로스 증후군(펫로스 신드롬)이라고 부릅니다.
그럴 때는 상담 전화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마음이 많이 힘드실 때는 사랑의전화복지재단 상담센터 1566-2525(펫로스 상담),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정신건강위기상담 1577-0199(24시간)에 전화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의 기일에 쓰고 싶은 편지가 있다면 펫러스(PETLUS) 쉼터에 이름 없이 남기실 수 있습니다.
다른 보호자들이 그날 남긴 편지를 읽는 것도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혼자 견디기 어려우시면 펫로스 치유 글쓰기(펫러스) 안내를 읽어 보시거나, 이름 없이 편지를 남기는 펫러스 쉼터에 들러 주세요.
이 글은 상담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많이 힘드실 때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정신건강위기상담 1577-0199(24시간)로 먼저 연락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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