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 수의사 박근필
긴 글
울다가 웃는 나, 이상한 걸까요? — 슬픔과 일상을 오가는 「이중 과정 모델」과 펫로스 증후군(펫로스 신드롬)
「아이를 보내고 며칠 뒤, 친구와 통화하다가 소리 내어 웃었어요.」
「웃고 나서 바로 미안해졌어요. 벌써 웃어도 되나 싶어서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이런 마음이 드는 분이 적지 않을 겁니다.
슬퍼하다가도 밥을 먹고, 일을 하고, 가끔은 웃습니다.
그러다 다시 무너집니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내가 이상한 걸까요.
오늘은 이 오락가락함을 설명하는 이론 하나를 소개합니다.
「이중 과정 모델」이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의 심리학자 마거릿 스트로브(Margaret Stroebe)와 헹크 슈트(Henk Schut)가 1999년 학술지 『Death Studies』에 발표한 설명입니다.
가까운 이를 잃은 사람이 슬픔을 어떻게 견뎌 나가는지를 정리한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사별한 사람이 두 갈래의 일을 오간다고 봅니다.
한쪽은 「잃은 것」을 향하는 시간
떠난 존재를 그리워하고, 울고, 사진을 들여다보는 시간입니다.
함께한 날을 떠올리고, 떠났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다른 한쪽은 「다시 살아가는 것」을 향하는 시간
달라진 생활을 꾸려 가는 시간입니다.
밥을 챙겨 먹고, 일을 하고, 새로운 일에 손을 대 보는 시간입니다.
잠시 슬픔에서 눈을 돌려 쉬는 것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핵심은 「오가는 것」
이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말은 「오간다」입니다.
한쪽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두 쪽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슬픔을 견디는 과정의 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슬픔에만 계속 머물면 몸과 마음이 지칩니다.
반대로 슬픔을 계속 피하기만 해도 마음 한쪽이 무거워집니다.
울다가 일상으로 돌아가고, 다시 울 수 있는 것.
이 모델은 그 오락가락함을 정상적인 모습으로 봅니다.
그러니 웃었다고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웃는 시간은 아이를 잊은 시간이 아니라, 슬픔에서 잠시 쉬어 가는 시간입니다.
알아 둘 것
이 모델은 사람과의 사별을 두고 만든 설명입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에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단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래도 「오락가락하는 나」를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 그림이라 소개합니다.
또 하나, 오가는 것이 정상이라고 해서 어떤 상태든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몇 주가 지나도 잠을 거의 못 자고, 먹기 어렵고, 일상이 멈춰 있다면 혼자 견디지 마세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겪는 깊은 슬픔과 우울을 흔히 펫로스 증후군(펫로스 신드롬)이라고 부릅니다.
그럴 때는 상담 전화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오늘 해 볼 수 있는 것
오늘 하루를 떠올려 보세요.
아이를 그리워한 시간이 있었고, 밥을 먹거나 일을 한 시간도 있었을 겁니다.
두 시간 모두 오늘의 나에게 필요했던 시간입니다.
마음이 많이 힘드실 때는 상담 전화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사랑의전화복지재단 상담센터 1566-2525(펫로스 상담),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정신건강위기상담 1577-0199(24시간)에 전화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워하는 시간에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펫러스(PETLUS) 쉼터에 이름 없이 편지로 남기실 수 있습니다.
혼자 견디기 어려우시면 펫로스 치유 글쓰기(펫러스) 안내를 읽어 보시거나, 이름 없이 편지를 남기는 펫러스 쉼터에 들러 주세요.
이 글은 상담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많이 힘드실 때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정신건강위기상담 1577-0199(24시간)로 먼저 연락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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