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 수의사 박근필

긴 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요? — 힘이 되는 말과 피할 말

이 글은 떠나보낸 당사자보다, 그 곁에 있는 분들께 드립니다.
가족이나 친구가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던 적이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진료실에서 보호자와 가족이 나누는 대화를 오래 지켜본 수의사로서, 제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이 되는 말과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정리합니다.
정해진 정답은 아니니, 곁에 계신 분의 성격에 맞게 참고해 주세요.

위로하려다 상처가 되는 말은 무엇인가요?

「다른 아이 또 키우면 되지」, 「그래도 오래 살았잖아」, 「언제까지 그럴 거야」, 「고작 동물인데」.
모두 걱정에서 나온 말입니다.
하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슬픔을 줄이라는 재촉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다른 아이」라는 말은 떠난 아이를 다른 아이로 바꿀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오래 살았다」는 말은 함께한 시간으로 슬픔을 덜어 내라는 계산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많은 보호자에게 반려동물은 가족입니다.
가족을 잃은 사람에게 「고작」이라는 말을 쓰지 않듯이, 이 경우에도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 소속 연구자가 2025년에 발표한 면담 연구(동물을 돌본 사람 31명)는, 반려동물의 죽음이 사회의 통념 속에서 가볍게 여겨지기 쉽고 그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는 슬픔을 겪는 보호자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위의 말들이 흔히 오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말이 힘이 되나요?

「많이 힘들겠다」, 「어떤 아이였는지 얘기해 줄래?」.
이런 말은 슬픔을 줄이려 들지 않고, 떠난 아이를 한 생명으로 인정해 줍니다.
아이의 이름을 이미 알고 있다면 「○○ 많이 보고 싶겠다」처럼 이름을 불러 주세요.
이름을 모른다면 「이름이 뭐였어?」 하고 물어봐도 됩니다.
제 진료 경험으로는 이름을 불러 주는 말이 큰 위로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떠난 뒤에는 그 이름을 입에 올릴 기회가 줄어드는 보호자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보여 달라고 하거나, 함께 찍은 사진이 있으면 보내 주는 것도 좋습니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네 옆에 있을게」라고 솔직하게 말해도 충분합니다.

위 면담 연구에서도, 슬픔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경험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주제가 나타났습니다.
소규모 질적 연구라 모든 보호자에게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슬픔을 인정해 주는 말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에는 어떻게 곁에 있어 주나요?

반려동물을 잃은 뒤의 슬픔, 죄책감, 무기력을 흔히 펫로스 증후군(펫로스 신드롬)이라고 부릅니다.
정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널리 쓰이는 말입니다.
이 마음이 얼마나 오래 이어지는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떠나보낸 직후가 가장 힘든 분도 있고, 몇 주가 지난 뒤에 더 외로워지는 분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변이 관심을 보이다가 곧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당사자의 시간은 그렇게 빨리 흐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달쯤 지나 「요즘은 어때?」 하고 한 번 더 물어 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기일이나 생일을 기억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이 할 일은 슬픔을 빨리 끝내 주는 것이 아니라, 슬퍼해도 괜찮은 자리를 지켜 주는 것입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권해야 할 때는 언제인가요?

곁에 있는 사람이 슬픔을 전부 받아 줄 수는 없습니다.
잠, 식사, 일상생활이 오랫동안 회복되지 않는다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 전문가를 찾아보자고 조심스럽게 권해 주세요.
기간과 상관없이 극단적인 생각을 내비치거나 식사와 수면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면, 곧바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함께해 주세요.

그 사이에 마음을 글로 풀어 놓을 곳이 필요하다면, 이름 없이 아이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공간이 하나 있다고 알려 드려도 좋겠습니다.
펫러스(PETLUS) 쉼터는 전문 상담을 대신하는 곳이 아니라, 마음을 정리하는 데 보태는 자리입니다.

글쓰기는 상담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겪는 깊은 슬픔과 우울, 흔히 펫로스 증후군(펫로스 신드롬)이라고 부르는 마음이 오래 이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함께 받으시길 권합니다.
마음이 많이 힘드실 때는 사랑의전화복지재단 상담센터 1566-2525(펫로스 상담),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정신건강위기상담 1577-0199(24시간)에 전화하실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가장 많이 묻는 질문에 답한 책 — 『할퀴고 물려도 나는 수의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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